8회 1사 2, 3루에서 심우준의 방망이에 맞은 공은 유격수 쪽으로 굴렀다. 타자 주자는 1루에서 잡혔고 3루 주자는 홈을 밟았다. 대전에서 한화가 LG를 14-4로 밀어낸 이날, 승부의 분기점으로 기록지에 남은 건 홈런이 아니라 그 평범한 땅볼이다. 뒤집어 말하면 8회에 들어설 때까지 어느 쪽도 두 자릿수 점수차를 예감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란은 그 직후부터였다. 허인서가 양우진에게서 시즌 14호를 뽑았고, 이어 마운드에 선 손주영은 한지윤에게 석 점짜리를 헌납했다. 최지명이 던진 공은 노시환의 21호가 되어 다시 담장을 넘어갔다. 투수를 세 번 바꾸는 동안 아치가 세 개. LG로서는 카드를 아무리 넘겨도 이닝의 문이 닫히지 않는, 그런 종류의 8회였다.
정작 이 경기의 선발들은 승부에 거의 관여하지 못했다. 박시원은 4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짐머맨 역시 길게 가지 않았지만, 4이닝을 자책 없이 정리하고 물러났다는 점에서 처지는 달랐다. 결국 3시간 37분짜리 경기는 양 팀 불펜의 소모전으로 흘렀고, 먼저 바닥을 드러낸 쪽이 원정 팀이었다.
노시환은 다섯 타수 세 안타로 이날 타석에서 가장 선명했던 타자다. 그가 쓸어 담은 타점은 3개. 홈런 하나만 놓고 보면 8회의 한 장면이지만, 안타는 경기 전체에 흩어져 있었다. LG의 반격은 8회 이상규를 상대한 박동원의 11호가 거의 전부였다. 기울어진 스코어보드 위에 남긴 자국에 가깝다.
3위 자리에 앉아 있는 팀이 최근 열 경기에서 2승에 그쳤다는 사실은, 순위표만 봐서는 보이지 않는다. LG가 지금 겪고 있는 건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한 이닝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멈출 지점을 못 찾는 문제다. 이 경기 전까지 5승 5패로 팽팽하던 시즌 맞대결도 오늘 한화 쪽으로 한 칸 기울었다. 여름의 대전에서 8회 하나가 남긴 흔적치고는 깊게 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