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는 어느 순간부터 팀의 판단력을 잠식한다. LG가 대전에서 15-11로 이기며 여덟 경기 만에 그 고리를 끊었다는 게 이날의 핵심이다. 반대편에서 3연승을 달리며 흐름을 되찾던 한화는, 하필 상대가 가장 절박했던 날 홈에서 그 상승세를 반납했다.
경기는 초반부터 양쪽 선발이 함께 무너지는 형태로 흘렀다. 1회 오스틴이 류현진에게서 시즌 29호를 뽑아내자 박해민이 곧바로 2점 홈런으로 뒤를 이었고, 2회에는 김태연과 노시환이 송승기를 상대로 연달아 담장을 넘겼다. 두 팀 선발은 각각 2이닝, 1이닝 2/3을 채우고 물러났다. 류현진과 송승기가 나란히 3회를 보지 못한 경기에서 남은 건 어느 쪽 타선이 더 오래 버티는지였다.
승부를 가른 장면은 4회다. 무사 만루에서 타석에 선 문정빈이 중견수 앞으로 깨끗한 안타를 보냈다. 이 한 방으로 벌어진 간격이 결국 끝까지 좁혀지지 않았고, 문정빈은 7회 강재민을 상대로 2점 홈런까지 더해 자기 손으로 경기를 봉인했다. 이날 가장 꾸준했던 타자는 박해민이었다. 네 번의 타석에서 세 번 살아나가며 4타점을 쓸어담았고, 연패 기간 동안 LG 타선에 없었던 '한 명이 계속 붙어 있는 그림'을 혼자 만들어냈다.
3시간 59분이 걸린 난타전이었다. LG에게 이 승리는 순위표상 3위라는 자리와 실제 팀 상태 사이에 벌어져 있던 거리를 조금 메운 것에 가깝다. 8연패 동안 쌓인 손실은 한 경기로 회수되지 않지만, 적어도 다음 경기를 '연패 탈출'이라는 과제 없이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한화 쪽에서는 잃은 게 연승 하나만이 아니다. 류현진이 2이닝으로 물러난 홈경기를 11점이나 뽑고도 놓쳤다는 사실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