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내내 넘지 못했던 벽이 광주에서 무너졌다. 키움이 KIA를 8-5로 꺾고 올해 아홉 번째 맞대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최하위 팀과 4위 팀의 대결이라는 구도만으로는 이 한 판이 설명되지 않는다. 키움은 직전 경기를 내주고 온 데다, 최근 열 경기에서도 이긴 날보다 진 날이 많았던 팀이다. 그런 팀이 원정에서, 그것도 올 시즌 가장 껄끄러웠던 상대를 앞에 두고 3점 차를 만들어 끝까지 지켰다.
KIA 쪽 셈법은 더 복잡하다. 연패가 셋으로 늘어난 것보다 뼈아픈 건 이 패배의 성격이다. 선두와 7경기 차로 벌어진 4위 팀에게 최하위와의 홈경기는 승수를 쌓아둬야 할 구간이지, 계산이 어긋나도 되는 구간이 아니었다. 최근 열 경기를 5할로 마치고도 득실 마진이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다는 건 질 때 더 크게 무너져왔다는 뜻인데, 이날 안방에서도 그 결이 반복됐다.
단판이 순위표를 흔들지는 않는다. 키움은 여전히 10위고, 선두와의 23.5경기라는 간극은 하루로 좁혀지는 종류가 아니다. 그러나 상대전적의 0이 1로 바뀌는 순간의 무게는 승패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남은 맞대결에서 KIA는 이제 '잡고 가는 상대'라는 전제를 들고 들어갈 수 없게 됐다. 표본이 크지 않다는 단서를 달더라도, 아홉 경기 만의 첫 승이 살얼음판 승부가 아니라 3점 차였다는 점은 키움이 이 매치업에서 처음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는 신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