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표만 놓고 보면 이 경기의 손익은 명확하다. 선두와 여섯 경기 차로 상위권 다툼에 발을 걸치고 있던 KIA가 안방에서 한화에 3-9로 무너지면서, 방어해야 할 쪽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었다. 선두와 열한 경기 반 떨어진 6위 한화에게 이 승리는 순위를 바꿔놓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남의 추격 셈법을 헝클어뜨리는 데는 충분했고, 챔피언스필드에서 두 시간 47분 만에 그 일이 끝났다.
승부는 3회에 이미 기울었다. 1사 2루에서 페라자가 우전 안타로 주자를 불러들여 결승타를 만들었고, 흐름이 넘어간 자리에서 문현빈이 시라카와의 공을 두 점짜리로 걷어냈다. KIA 선발 시라카와는 3이닝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다섯 개의 안타와 네 개의 자책점이 대부분 한 이닝에 몰린,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는 붕괴였다. 4회 카스트로의 투런은 상대 선발 왕옌청을 상대로 나온 반격이었지만 점수판의 방향을 되돌리진 못했다.
왕옌청은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안타 다섯 개를 맞는 동안 삼진 일곱 개를 솎아냈고, 실점을 카스트로의 한 방으로 묶어두면서 불펜을 아꼈다. 최근 열 경기에서 3승 6패 1무에 그친 팀, 실점이 득점을 여덟 점 앞서던 팀의 선발이 낼 수 있는 가장 값진 형태의 결과다. 7회 이도윤의 두 점 홈런은 승부가 아니라 마무리에 관한 타구였다.
시즌 상대전적은 이걸로 6승 6패, 원점이다. 6위와 4위가 여름의 한 판에서 대등해졌다는 사실 자체는 한화보다 KIA 쪽에 더 불편하게 남는다. 3타수 2안타 3타점의 페라자가 그 불편함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