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2사 2·3루, 김호령의 배트에서 나온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순간 인천의 공기가 바뀌었다. 시소를 타던 경기가 그 한 타석에서 KIA 쪽으로 기울었고, 곧바로 카스트로가 이건욱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며 균열을 완전히 벌렸다. 최종 스코어 9-5. 4점 차라는 숫자보다, 승부처마다 KIA 타선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이 이날 경기의 성격을 규정한다.
경기 초반의 주도권은 나성범이 잡았다. 3회 김건우를 두들겨 뽑아낸 시즌 19호 스리런은 이 경기 첫 번째 분기점이었다. 김건우는 5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 한 방으로 실점 대부분을 떠안고 내려갔다. 반대편에서 양현종은 5이닝을 피안타 3개로 정리했다. 자책점은 하나. SSG 타선이 그를 상대로 흐름을 만들 만한 이닝이 사실상 없었다는 뜻이다.
SSG의 반격은 6회에 몰려 있었다. 최지훈이 정해영에게서 솔로포를 뽑아냈고, 뒤이어 김재환의 스리런이 터지며 순식간에 넉 점을 회수했다. 한 이닝에 네 점을 몰아치는 화력은 최근 이 팀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문제는 그 이닝이 유일했다는 점이다. 6회에 쏟아부은 에너지가 7회부터는 흔적도 남지 않았고, 8회 두 번의 실점 국면에서 SSG 마운드는 결정타를 피해 가지 못했다.
시즌 열한 번째 맞대결에서 KIA는 여덟 번째 승리를 챙겼다. 상대전적이 이 정도로 벌어지면 개별 경기의 변수보다 매치업 자체의 구조가 먼저 읽힌다. SSG 입장에서 6회의 넉 점은 위안이지만, 그 위안은 8회에 다시 지워졌다. 3시간 13분 동안 두 팀이 주고받은 것 중 남은 것은, 결국 승부처를 누가 견뎠느냐의 차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