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KIA와 8위 롯데는 같은 순위표를 보면서도 계산이 전혀 달랐다. 선두와 7.5경기 차로 벌어진 KIA에게 이 여름은 추격이라기보다 4위 자리를 지켜내는 방어전에 가깝고, 13경기 뒤에 놓인 롯데는 홈에서 위쪽 팀을 잡아야 남은 시즌의 명분이 생기는 처지였다. 사직에서 나온 답은 KIA의 5-2. 4연패로 밀려 내려오던 팀이 원정에서 하강 곡선을 끊었고, 시즌 상대전적도 7승 4패 1무로 벌려놨다.
승부의 방향은 이르게 잡혔다. 2회 무사에서 카스트로의 타구가 우측 담장을 넘어갔고, 그 선취점이 끝까지 결승타로 남았다. 김진욱은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켰지만, 그가 내준 실점은 주자를 쌓아 만들어진 게 아니라 담장 밖에서 완성됐다. 6회에도 김도영이 시즌 27호를 같은 방식으로 얹으며 리드를 두 겹으로 만들었다. 이날 김도영은 세 타석 중 두 번을 안타로 채웠고, 타점 대부분이 그의 배트에서 나왔다.
양현종은 5이닝을 던지는 동안 안타를 꾸준히 허용하고도 홈 플레이트를 내준 건 한 번뿐이었다. 롯데 타선이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연결 고리를 만들지 못한 탓에, 경기는 점수판보다 조용하게 흘렀다. 그 답답함을 8회에 나성범이 정리했다. 최준용에게서 뽑아낸 두 점짜리 한 방이 롯데 벤치가 그려두던 막판 반격의 여지를 지웠다.
2시간 39분. 홈 팀 입장에선 흐름을 이어갈 틈도 없이 짧게 끝난 밤이었다. 롯데는 상위권 상대를 잡아 순위표 위쪽으로 손을 뻗을 기회를 사직에서 한 번 흘렸고, KIA는 연패를 지웠지만 4위 자리의 여유는 여전히 얇다. 남은 시리즈에서 두 팀이 감당해야 할 몫의 무게가 오늘 밤을 기점으로 조금씩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