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1사 2,3루에서 강승호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냈을 때, 고척의 공기는 한 번에 정리됐다. 주자 둘이 홈을 밟으며 벌어진 간격은 키움이 남은 이닝 동안 한 번도 좁히지 못한 폭이었고, 8-1이라는 최종 스코어는 사실상 그 타석의 연장선이다. 이날 두산이 뽑은 8점 가운데 5점에 강승호의 타점이 붙었다는 사실 하나로 이 경기의 축은 대부분 설명된다.
마운드 쪽 이야기는 더 단순하다. 두산 선발 최민석은 6이닝을 던지며 자책점을 하나로 묶었다. 삼진 여섯 개는 키움이 주자를 모으려 할 때마다 흐름을 끊는 용도로 쓰였고, 덕분에 타선이 만들어준 리드는 지켜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그냥 유지되는 숫자에 가까웠다. 반대편 김윤하는 4회를 채운 뒤 공을 넘겼다. 허용한 안타 다섯 개가 매 이닝 고르게 흩어진 게 아니라 결정적인 한 이닝에 몰린 것이 문제였고, 그 이닝이 하필 강승호의 타석이 있던 회였다.
경기 전 저울은 두산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실제 흐름도 그 방향을 벗어나지 않았다. 어긋난 건 저항의 크기다. 시즌 내내 이 매치업은 6승 4패로 서로 물러서지 않는 구도를 유지해왔는데, 이날은 중반에 접어들기도 전에 승부의 성격이 정해졌다. 팽팽했던 표본 위에 성격이 전혀 다른 한 경기가 얹힌 셈이다.
경기 시간 3시간 3분. 7점 차로 갈린 경기가 늘어지지 않았다는 건, 키움 입장에서 판을 되돌릴 국면 자체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열 경기에서 세 번밖에 이기지 못한 팀에게, 이런 유형의 패배는 점수판보다 회복 시간을 더 갉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