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를 지키는 쪽과 아래에서 밀어 올리는 쪽의 셈법이 사직에서 정면으로 부딪혔다. 1위 LG가 2연패를 끌어안고 들어온 원정에서 롯데를 8-7로 넘어섰다. 8위 롯데는 승패 마진이 여전히 마이너스지만 최근 10경기를 8승 1패 1무로 채우며 순위표 아래쪽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던 팀이었고, 이날도 선두를 8회까지 몰아붙였다.
경기의 앞부분은 3회에 정리됐다. 한동희가 웰스의 공을 걷어내 시즌 5호를 만들었고, 뒤이어 윤동희가 한 번 더 담장을 넘겼다. LG 선발은 3이닝을 채우는 데 그쳤다. 벤치가 예정보다 이르게 불펜 문을 연 순간, 이날 경기는 선발 싸움이 아니라 뒷심 싸움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김진욱은 그 틈을 오래 눌렀다. 7회 두 번째 아웃을 잡을 때까지 LG 타선의 리듬을 끊었고, 삼진 7개를 챙기는 동안 자책은 하나뿐이었다. 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야 LG의 타순이 앞쪽부터 다시 돌기 시작했다.
8회 2사 만루, 최준용과 마주한 오스틴의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가면서 스코어보드가 한 번에 뒤집혔다. 시즌 23번째 아치였고, 이날 그가 올린 4타점의 대부분이 이 한 스윙에 몰려 있었다. 롯데도 같은 이닝에 박찬형이 리오스를 상대로 프로 첫 홈런을 뽑아 간격을 한 점으로 좁혔지만, 남은 아웃카운트가 모자랐다.
경기 전 전력 평가는 LG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승패의 방향도 그와 같았다. 다만 그 우위가 드러난 지점은 달랐다. 선발 대결에서는 롯데가 분명히 앞섰고, 두 팀의 차이는 8회 만루 상황을 감당하는 방식에서야 모습을 보였다.
LG는 3시간 18분을 쓰고 연패를 끊으며 선두 자리를 그대로 들고 이동한다. 롯데는 13.5경기라는 거리를 줄이지 못했지만, 선두를 상대로 7점을 뽑고 8회까지 앞서 있던 팀이 최근 한 달의 롯데와 동일한 팀이라는 사실은 사직에 남았다. 여름 순위 싸움에서 이런 종류의 패배는 성적표보다 뒤늦게 값이 매겨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