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와 4경기 차, 2위 KT에게 6월 말 안방 경기는 위를 보는 간격을 지키는 문제였다. 수원에서 SSG를 12-7로 눌러 그 간격을 그대로 들고 다음 주로 넘어갔다.
숫자만 보면 2위와 9위의 만남이지만, 시즌 내내 이 카드는 반대로 흘렀다. KT는 올해 SSG에 4승 7패로 밀려 있었고, 상위권에서 유일하게 계산이 어긋나는 상대가 SSG였다. 이날 승리로 그 격차를 5승 7패까지 좁혔다. 경기 전 전력 비교는 KT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결과도 그 방향으로 떨어졌지만, 도착 경로는 달랐다. 이길 그림을 그렸다면 선발이 버티고 타선이 보태는 쪽이었을 텐데, 실제로는 마운드가 먼저 무너진 자리를 방망이가 끌고 왔다.
소형준은 11피안타에 시달리며 4회를 채우고 내려갔다. 2위 팀 선발이 남긴 이닝치고는 짧았고, 그 뒤로 경기는 서로 점수를 주고받는 소모전이 됐다.
균형을 두 번 무너뜨린 건 힐리어드였다. 4회 베니지아노를 상대로 담장을 넘긴 시즌 18호로 먼저 흐름을 가져왔고, 7-7에서 다시 만난 8회 1사 만루에서는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주자를 쓸어 담았다. 이 한 방으로 승부는 사실상 정리됐다. 하루에 6타점, 팀이 뽑은 12점의 절반을 혼자 채웠다.
SSG 선발 베니지아노는 삼진 8개를 잡아내며 구위 자체를 의심할 이유는 남기지 않았다. 다만 맞아나간 안타가 10개였고, 그중 결정적인 한 타구가 힐리어드의 배트에서 나왔다. 5회를 채우기 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시점부터 SSG의 불펜 운용은 예정보다 이르게 시작됐다.
3시간 21분 동안 양 팀이 합쳐 19점을 주고받았다. 승리한 KT조차 마운드에서 안심할 재료를 얻지 못했고, SSG는 7점을 뽑고도 손에 쥔 게 없었다. 9위, 선두와 16경기 차라는 위치에서 SSG가 그나마 붙잡고 있던 근거가 KT전 우위였는데, 수원에서 그 한 칸이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