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 만나 세 번밖에 이기지 못했던 상대의 안방에서, 두산이 네 번째 승리를 챙겼다. 6승 1무로 이 매치업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던 한화가 대전에서 7-2로 밀린 건, 시즌 내내 한쪽으로만 기울어 있던 저울이 처음 흔들린 장면이다. 게다가 두산은 이 경기 직전까지 네 경기를 내리 졌다. 연패를 끊을 상대로는 가장 나빠 보이던 카드에서 끊었다는 사실이 이날의 성격을 규정한다.
승부의 방향은 이르게 잡혔다. 2회 무사에서 김민석이 에르난데스의 공을 오른쪽 담장 밖으로 보냈다. 시즌 4호이자 이날의 결승타였다. 3회에는 박준순이 두 점을 더 얹어(7호) 간격을 벌렸고, 한화 선발은 3회를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그가 남긴 넉 점의 자책은 이 경기에서 한화 타선이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였다.
반대편에서 최민석은 여섯 이닝을 도는 동안 안타 두 개만 내줬다. 삼진 여섯 개를 섞어 실점을 지웠고, 한화 공격은 주자를 모으는 단계에서부터 번번이 끊겼다. 타석에서 흐름을 굳힌 쪽은 안재석이었다. 세 번 나와 세 번 모두 살아 나갔고, 두 개의 타점이 거기서 나왔다. 7회 노시환의 시즌 12호가 터졌지만 이미 벌어진 폭을 줄이기엔 시점이 늦었다.
경기 전 무게 중심이 한화로 기운 근거는 결국 맞대결 기록이었는데, 정작 그 기록을 쌓아온 힘은 타선이 아니라 마운드에서 먼저 갈라졌다. 3시간 17분 동안 한화가 경기를 되찾아온 순간은 7회 한 번뿐이었다.
5위 한화는 그동안 가장 편하게 상대해온 팀에게서 처음으로 다른 얼굴을 봤고, 6위 두산은 잃어버렸던 이 카드의 지분을 조금 되찾았다. 남은 맞대결의 셈법은 오늘부터 양쪽 모두 새로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