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 맞붙어 여섯 번을 챙긴 쪽은 SSG였다. 그 우위가 수원에서 2-13으로 깎여 6승 4패가 됐다. 맞대결 장부가 뒤집힌 건 아니지만, KT는 이 카드에서 계속 밀리는 팀으로 남을 생각이 없다는 답을 열한 점 차로 내밀었다.
출발은 오히려 원정팀 쪽이 좋았다. 1회 에레디아가 고영표의 공을 시즌 열네 번째로 넘기며 SSG가 먼저 두 점을 손에 쥐었다. 문제는 그 리드가 한 이닝도 버티지 못했다는 점이다. 곧바로 이어진 1회말 1사 2루, 힐리어드가 김건우를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겼고 이 타구가 결승타로 기록됐다. 경기가 데워지기도 전에 승부의 방향이 정해진 셈이다.
두 선발이 맞은 안타 수는 같았다. 갈린 건 버틴 시간이다. 고영표는 계속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6이닝을 끌고 가 불펜의 부담을 지웠다. 반면 김건우는 4회를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그 뒤로 SSG 벤치가 쥘 수 있는 카드는 급격히 줄었다.
기울어진 경기에 마지막 못을 박은 건 안현민이었다. 7회 신상연을 상대로 그가 넘긴 한 방은 주자를 모두 쓸어담았고, 이 한 경기에서만 일곱 타점을 혼자 채웠다. 세 번의 타석 중 두 번이 안타였다는 사실보다, 그 두 번이 모두 가장 값이 비쌀 때 나왔다는 게 이날의 요점이다.
경기 전 무게추는 2위 KT 쪽에 있었고 결과의 방향도 그대로였다. 다만 상대전적에서 앞서 있던 팀이 두 자릿수 점수 차로 밀릴 것이라는 예상은 어디에도 없었다. 3시간 6분 동안 SSG가 반격을 시도한 흔적은 1회에 그쳤다.
KT는 선두와의 간격을 유지할 발판을 하나 더 얹었고, 9위 SSG는 그나마 우위를 지키던 매치업마저 흔들리는 상황을 마주했다. 남은 맞대결에서 SSG가 들고 있던 6승이라는 숫자는, 적어도 오늘 이후로는 예전만큼의 방패가 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