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2사 1루, 나성범의 배트에 걸린 타구가 우측 담장을 넘어갔다. 시즌 14호. 고척에서 KIA가 키움을 7-3으로 제압한 이 경기는 사실상 그 한 스윙에서 방향이 정해졌고, 남은 여섯 이닝은 점수차를 얼마나 벌리느냐의 문제로 바뀌었다. 박준현은 5이닝을 버텼지만 그중 2점이 한 타석에서 나왔다는 게 이날의 전부였다.
올러는 6이닝을 던지는 동안 실점을 1점으로 묶었다. 탈삼진은 6개. 키움 타선이 그를 상대로 만들어낸 안타는 네 개뿐이었고, 그마저 이닝을 넘나들며 흩어져 홈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선취점을 잡은 팀이 마운드까지 안정되면 경기는 대체로 이런 형태로 굳는다.
6회 변우혁이 조영건에게서 솔로포를 뽑아 격차를 더 벌렸을 때, 키움은 7회 임병욱의 한 방으로 응수했다. 조상우를 상대로 나온 그 타구가 이날 키움 벤치에서 나온 가장 큰 함성이었을 것이다. 다만 솔로 홈런은 4점차를 3점차로 줄이는 데 그쳤고, 9회 카스트로가 김윤하를 상대로 두 명을 불러들이며 남아 있던 여지마저 지웠다. 카스트로는 이날 혼자 4타점을 쓸어 담았다.
경기 전 전력 판단은 KIA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실제 전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그 우위가 나온 지점은 조금 달랐다. 마운드에서 차이가 벌어졌다기보다, 키움 투수진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장타를 헌납한 쪽에 가깝다. 이날 나온 네 개의 홈런 중 세 개가 KIA 방망이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그 성격을 요약한다.
이로써 올 시즌 두 팀의 맞대결은 KIA가 일곱 번 모두 가져갔다. 여섯 번 진 뒤 일곱 번째도 같은 방식으로 졌다는 게 키움에게는 더 아픈 대목이다. 팀 연패는 7경기로 늘어났고, 반복되는 패턴을 끊을 실마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3시간 15분이 걸린 경기였지만, 승부가 살아 있던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았다.
키움이 이 매치업에서 다른 결과를 만들려면, 다음 만남에서는 3회가 오기 전에 준비된 답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