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 만나 두 번밖에 이기지 못한 상대와의 간격은, 잠실에서 한 이닝 만에 더 벌어졌다. LG가 두산을 9-3으로 밀어내며 시즌 맞대결을 7승 2패로 늘렸다. 상위 팀이 하위 팀을 이겼다는 단순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엔, 이 시리즈가 두산에게 반복적으로 같은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는 쪽이 더 정확하다.
3시간 2분짜리 경기의 결론은 첫 이닝에 이미 적혀 있었다. 두산 선발 잭로그는 1회를 넘기지 못했다. 송찬의가 먼저 담장을 넘겼고, 1사 후 오스틴이 중월 홈런으로 뒤를 이었다. 이 타구가 결승타로 남았다. 이어 박동원과 문정빈까지 차례로 아치를 그렸다. 그가 맞은 안타는 넷뿐이었지만 네 개가 전부 넘어갔으니, 투구 내용을 따질 여지도 없이 승부는 정리됐다. 오스틴의 시즌 21호는 그 연쇄의 두 번째 고리였을 뿐인데, 스코어보드가 뒤집힐 일이 없었던 탓에 그대로 결승 지점이 됐다.
받은 점수를 지키는 쪽은 더 간단했다. 웰스는 5이닝을 자책점 없이 넘겼다. 대량 득점 뒤 마운드가 헐거워지는 흐름조차 나오지 않았고, 두산 타선은 초반에 벌어진 격차를 좁힐 시점을 잡지 못한 채 이닝을 소비했다. 문정빈은 5회 김동주를 상대로 두 번째 홈런을 보태 이날 3타점을 채웠다. 첫 타석에서 시작한 일을 중반에 스스로 마무리한 셈이다.
경기 전 저울이 LG 쪽으로 기울어 있었던 건 순위표만 봐도 짐작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예상이 담아내지 못한 대목은 승부가 1회에 끝나버렸다는 점이다. 두산은 이 패배로 연패를 하나 더 늘렸고, 5위 자리에서 선두권을 바라보는 시야가 다시 좁아졌다.
남은 맞대결에서 두산이 손봐야 할 지점은 명확하다. 선발이 첫 이닝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이 카드의 전부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