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무사에서 카스트로가 우중간 담장 너머로 타구를 보냈을 때만 해도 그것은 한 점짜리 선취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홈런은 끝내 뒤집히지 않은 리드가 됐고, 몇 타자 뒤 김태군의 타구까지 같은 방향으로 사라지면서 오원석의 하루는 2회에 이미 헝클어졌다. 수원에서 KIA가 KT를 11-3으로 눌러 앉힌 이 경기는 뼈대가 그 이닝에 다 세워진 셈이다.
오원석은 3이닝을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자책점 5가 쌓이는 사이 KT 벤치가 세울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급격히 줄었고, 불펜은 예정보다 한참 이른 시간에 문을 열어야 했다. 반대편의 네일은 6이닝을 2자책으로 정리하며 경기를 길게 끌고 갔다. 카스트로는 첫 타석 이후로도 방망이를 멈추지 않아 3안타 3타점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KT의 득점은 4회 이정훈의 투런과 9회 조대현의 솔로로 나뉘어 있었다. 주자를 쌓아 만든 점수가 아니라 한 방으로 끊어 낸 점수였고, 그래서 추격의 리듬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최근 열 경기에서 7승을 챙기며 위로 향하던 팀의 곡선이, 이날만큼은 타선의 연결이 아니라 개별 스윙 두 번에 얹혀 있었다.
경기 전 무게 추가 KT 쪽으로 기울어 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선두와 한 경기 차로 붙어 있던 2위 팀이 여섯 경기 뒤진 4위를 홈으로 불러들였고, 시즌 맞대결에서도 KIA는 다섯 번을 내준 처지였다. 다만 그 판단은 KT 선발이 초반을 무난히 넘긴다는 전제 위에 놓여 있었는데, 2회에 연달아 나온 두 방이 그 전제를 통째로 걷어냈다.
여섯 번째 만남에서야 KIA는 KT 선발을 3회에 끌어내리는 그림을 완성했다. 같은 매치업이 다시 잡힐 때, 이날 2회의 기억은 양쪽 더그아웃에 서로 다른 무게로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