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1사 만루에서 전민재의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간 순간, 인천의 승부는 접전에서 뒷정리로 성격이 바뀌었다. 롯데가 SSG를 10-6으로 눌렀고, 넉 점의 격차는 사실상 그 한 스윙이 만들어낸 숫자다. SSG 선발 김민준은 5회 1사까지 끌고 가다 만루를 남긴 채 마운드를 떠났고, 뒤를 이어받은 이로운은 첫 고비에서 배트 한 번에 4점을 헌납했다. 교체 판단이 잘못됐다기보다, 넘겨받은 상황의 무게가 너무 컸다.
정작 이날의 출발은 SSG 쪽이었다. 1회 최정이 김진욱을 상대로 시즌 16호를 좌측으로 보내며 두 점을 먼저 챙겼고, 경기 전 무게추가 홈 팀으로 기울어 있던 이유도 그 장면과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다만 그 판단이 계산에 넣지 못한 것은 롯데 타선 전체가 아니라 5회 한 이닝에 몰린 밀도였다.
김진욱은 첫 이닝의 실점을 그대로 안고 던지면서도 5회 중반까지 자기 자리를 지켰다. 삼진 다섯 개를 섞어가며 추가 실점을 끊었고, 선취점을 내주고 시작한 투수가 승리 투수로 남는 드문 그림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나승엽이 7회와 8회 연달아 담장을 넘겨 세 타점을 보탰다. SSG가 반격의 실마리를 잡을 때마다 롯데 타선이 한 발 먼저 문을 닫은 셈이다.
두 팀의 시즌 맞대결은 이날 전까지 3승 3패로 팽팽했다. 그 균형을 먼저 깬 쪽이 원정 팀이었고, 그 팀이 2연패를 안고 인천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이 결과의 결을 조금 다르게 만든다. 3시간 29분 동안 홈 팬들이 확인한 것은 5회 이후 단 한 번도 앞서지 못한 흐름이었다. 다음 맞대결에서 SSG가 되짚어야 할 장면은 그 한 이닝에 전부 몰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