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와 1.5경기 차를 지켜야 하는 쪽과, 선두와 10경기 차부터 좁힐 방법을 다시 찾아야 하는 쪽의 셈법은 애초에 달랐다. 수원에서 KT가 NC를 11-9로 눌렀다. 2위 KT는 추격이 아니라 방어에 쓸 경기 하나를 벌었고, 7위 NC는 위를 올려다볼 발판 대신 아래를 신경 써야 할 이유를 하나 더 떠안았다. 시즌 일곱 차례 맞대결에서 이미 다섯 판을 가져갔던 KT가 여기에 한 판을 더 얹었다는 점도 NC에는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경기의 결은 선발 대결에서 먼저 갈렸다. NC 토다는 5이닝을 채우는 동안 안타 11개를 허용했고, 맞아 나가는 타구가 이닝마다 쌓이면서 부담은 고스란히 뒤로 넘어갔다. 반대편 오원석은 같은 이닝을 2자책으로 정리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정작 두 선발이 모두 물러난 뒤부터 경기는 더 요란해졌다.
8회가 그랬다. NC는 김주원이 한승혁을 상대로 시즌 12호를 석 점짜리로 만들어내며 승부를 다시 손에 잡히는 거리까지 끌고 왔다. 그러나 KT의 대답이 곧바로 이어졌다. 권동진이 임지민에게서 시즌 첫 홈런을 뽑아 분위기를 되돌렸고, 2사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허경민이 좌익수 쪽 2루타로 주자 둘을 한꺼번에 불러들였다. 이날 네 개의 안타를 친 허경민의 마지막 한 방이 결승타가 됐다.
KT 우세로 본 경기 전 판단은 결말에서 그대로였지만, 3시간 25분 동안 이어진 난타전은 그 판단이 그리던 그림과는 결이 달랐다. 9점을 뽑고도 그 이상을 내준 NC는 마운드 정리가 급해졌고, KT 역시 이긴 경기에서 8회를 다시 들여다볼 이유가 생겼다. 순위표에서 두 팀이 서 있는 자리는 다르지만, 이날 남긴 숙제의 성격은 묘하게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