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마주 앉은 두 팀의 셈법은 애초에 달랐다. 키움은 10위, 선두와 13.5경기 차까지 벌어져 추격이라는 말이 이미 힘을 잃은 자리에 있었고 SSG는 8위에서 10.5경기 차, 아직 지킬 것이 남았다고 믿을 만한 위치였다. 그런데 12-6으로 웃은 쪽은 잃을 게 적은 원정팀이었다.
이날 경기를 실제로 지배한 변수는 양 팀이 나란히 끌고 들어온 연패였다. 키움은 여덟 경기, SSG는 열두 경기째 승리가 없었으니 둘 중 하나의 사슬은 반드시 끊어지게 돼 있었다. 그 매듭을 푼 쪽은 순위표에서 더 아래에 있던 팀이었고, 홈 팀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했다.
갈림길은 3회였다. 2사 2루에서 히우라가 베니지아노의 공을 우측 담장 너머로 넘겼고, 이 두 점이 끝까지 승부의 기준선으로 남았다. 베니지아노는 7회 김웅빈과 김건희에게 연달아 담장을 내주며 마운드를 떠났다. 키움 선발 알칸타라는 7이닝을 채우는 동안 SSG의 반격 시점을 계속 뒤로 밀어냈고, 타선에서는 안치홍이 세 개의 안타로 흐름이 끊길 만한 대목마다 이닝을 다시 열었다.
SSG도 방망이가 죽어 있진 않았다. 7회 오태곤을 시작으로 최정과 김재환, 마지막 9회 최지훈까지 차례로 담장을 넘겼다. 다만 넷 모두 주자 없이 나온 한 점짜리였고, 이미 벌어진 간격을 좁히기엔 등장 순서가 늦었다. 경기 전 무게추는 안방에 있는 SSG 쪽으로 기울어 있었지만, 정작 먼저 무너진 곳이 홈 마운드였다는 점에서 그 전제는 초반부터 어긋났다.
2시간 58분. 지켜야 할 것이 더 많았던 팀이 아무것도 지키지 못한 시간이었다. 8위 자리를 방어해야 하는 SSG는 이제 상대가 아니라 자기 팀의 흐름부터 되돌려야 할 처지가 됐고, 키움은 오랜만에 다음 경기를 다른 기분으로 준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