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맞붙어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던 상대를 앞에 두고, LG가 수원에서 10-1을 만들었다. 이 승리로도 시즌 맞대결은 2승 4패, 여전히 뒤져 있다. 다만 앞선 한 승과 이날의 승리는 결이 다르다. 접전 끝에 건진 게 아니라 중반이 오기 전에 KT의 계산을 지워버린 경기였기 때문이다.
출발은 2회였다. 1사 후 박동원이 좌측 담장을 넘겨 균형을 깼고, 그 타구가 그대로 결승타로 남았다. 한 이닝 뒤 오스틴이 두 점을 얹으면서 한차현이 서 있을 공간은 급격히 줄었다. 5회에는 박해민까지 넘겼다. 한차현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넘어간 공만 세 개, 자책점은 6점까지 불었다. 구위가 무너진 순간을 특정하기 어려울 만큼 실점이 고르게 이어진 유형이었다.
반대편 임찬규는 6이닝을 자책점 없이 넘겼다. 타선이 3회에 이미 격차를 벌려둔 덕에, 그의 후반 이닝은 승부가 아니라 관리의 영역에 들어가 있었다. 박해민은 3안타 2타점으로 홈런 한 방 외의 구간까지 채웠고, 이날 LG 타선이 어디서 끊기지 않았는지를 혼자 설명했다.
경기 전 무게추는 4연승을 달리던 KT 쪽에 실려 있었다. 그 판단이 어긋난 자리는 타선이 아니라 선발 대결이었다. 임찬규가 KT 타선을 6이닝 동안 묶는 동안 한차현은 세 번이나 담장 밖을 봐야 했고, 두 마운드의 격차가 그대로 9점 차로 번역됐다.
9회 오지환의 홈런은 승부와 무관한 추가점이었지만, 상징적이긴 했다. 상위 두 팀이 반 경기 차로 맞물린 구도에서 KT는 여전히 맞대결 우위를 쥐고 있다. 그러나 LG는 이 카드에서 어떤 방식이면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표본을 처음 확보했다. 남은 시즌 이 매치업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쪽은 KT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