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차 경기는 이긴 쪽과 진 쪽에 전혀 다른 기록으로 남는다. 대구에서 두산이 삼성을 8-7로 눌렀다. 두산은 담장 밖으로 나가는 타구를 세 번이나 지켜보고도 이겼고, 삼성은 쌓아둔 점수를 이닝 하나에 되돌려줬다. 3시간 38분이 걸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초반 흐름은 홈 쪽이었다. 두산 선발 최승용은 4이닝을 채우고 물러났는데, 3회와 4회에 연달아 디아즈에게 타구를 넘겨준 대목이 결정적이었다. 시즌 7호와 8호가 한 투수에게서 이틀이 아니라 두 이닝 만에 나왔다. 5회에는 박승규의 한 방까지 더해져 세 이닝 연속으로 점수판이 움직였다. 삼성 선발 오러클린이 5이닝을 끌어준 것도 이 흐름과 맞물렸다. 대구가 원하던 그림이 완성되던 중이었다.
6회 무사 만루. 마운드의 백정현 앞에 선 타자는 정수빈이었다. 타구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갔고, 승부는 그 한 번의 스윙에서 갈렸다. 이날 정수빈이 만든 안타는 그것 하나뿐이었다. 4타점 전부가 같은 타구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네 번 타석에 들어서 세 번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했지만, 남은 한 번이 경기 전체를 가져갔다. 홈런 세 방으로 조금씩 벌려온 점수와, 그 점수를 한꺼번에 지운 스윙 하나가 같은 경기 안에 있었다.
경기 전 판단이 대구 쪽으로 기운 건 무리가 아니었다. 최근 열 경기에서 일곱 번을 이긴 팀과 승패를 반씩 나눠 온 팀의 대결이었으니까. 다만 두 팀이 시즌 내내 만나온 방식은 그 판단과 결이 달랐다. 일곱 번을 붙어 3승씩 주고받고 한 번은 무승부. 어느 쪽도 상대를 눌러본 적이 없는 관계였고, 그 성격은 이날도 바뀌지 않았다.
삼성으로서 껄끄러운 쪽은 점수를 낸 방식이 아니라 지킨 방식이다. 세 번의 홈런으로 만든 것을 6회 한 타석에 전부 반납했다. 6위 팀이 대구에서 챙긴 한 경기의 값어치는, 두산이 앞으로 이런 타석을 몇 번 더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