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2점 차. 같은 숫자가 두 더그아웃에서 정반대로 읽힌 밤이었다. 두산에게 이 두 점은 9회에 한꺼번에 몰아친 뒤 남은 여유였고, 삼성에게는 8회까지 손에 쥐고 있던 것이 한 이닝 만에 빠져나가며 생긴 구멍이었다. 기록지에는 접전으로 남겠지만, 대구의 마지막 이닝은 접전의 문법과 거리가 멀었다.
경기 전 그림은 홈팀 쪽이 두꺼웠다. 3연승을 달리던 1위 삼성, 직전 경기를 내주고 대구에 도착한 6위 두산. 그 그림은 8회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됐고, 어긋난 지점은 9회 한 이닝뿐이었다.
두산 선발 잭로그는 5이닝을 넘기는 동안 안타 9개에 시달렸다. 그중 값이 가장 비쌌던 건 4회 강민호에게 내준 2점 홈런이었다. 반대편 원태인은 6이닝을 3자책으로 끊으며 제 몫을 했지만, 5회 카메론에게 걸린 3점포가 리드 폭을 얇게 만들어 놓은 대목이 뒤늦게 문제로 돌아왔다. 8회 전병우의 솔로 홈런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 경기는 선두 팀이 흐름을 관리하며 닫는 익숙한 방식으로 끝나는 듯했다.
9회 마운드의 배찬승 앞에 1사 만루가 차려졌고, 강승호의 타구가 좌중간 담을 넘어갔다. 스코어보드의 앞뒤가 그 한 스윙에 바뀌었다. 이날 강승호는 타석에 두 번 서서 두 번 다 안타를 만들었고, 혼자 올린 타점이 4개였다. 잠시 뒤 정수빈이 장찬희를 상대로 한 점을 더 보태며, 삼성이 마지막 공격에서 손댈 수 있는 범위를 좁혔다.
3시간 25분이 걸린 경기에서 삼성이 흔들린 구간은 길지 않았다. 다만 최근 열 경기 동안 26점을 남겨 온 팀이 그 여유의 상당 부분을 한 이닝에 되돌려줬다는 사실은, 연승이 끊겼다는 것보다 오래 남을 만한 종류다. 두산은 앞선 경기의 패배를 지우고, 원정에서 가장 필요했던 형태의 승리를 챙겨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