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점 차라는 숫자는 두 팀에게 전혀 다른 문장으로 읽힌다. 선두를 지키는 쪽에게는 하위권을 상대로 해야 할 일을 군더더기 없이 마친 하루고, 인천에서 여덟 번째 패배를 이어간 쪽에게는 경기가 어디서부터 무너지는지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확인이다. 삼성이 SSG를 10-1로 눌렀고, 접전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승부의 성격은 3회에 정해졌다. 무사에서 강민호가 걷어올린 타구가 가운데 담을 넘어갔을 때 전광판에 붙은 건 겨우 1점이었지만, 그 점수가 끝까지 결승점 자리를 지켰다. 마운드의 최원태가 7이닝을 던지는 동안 SSG 타선에게 허용한 안타가 두 개뿐이었으니, 뒤에서 계산할 여지 자체가 없었다. 삼진 여덟 개는 그 침묵의 밀도를 보여주는 숫자다.
5회부터는 경기가 아니라 정리 작업에 가까웠다. 이재현과 박계범이 연달아 긴지로의 공을 넘겼고, 선발은 4이닝을 채우고 4점을 짊어진 채 내려갔다. 7회 최형우의 한 방이 석 점을 한꺼번에 얹으면서 남아 있던 계산도 지워졌다. 이재현은 8회에도 담을 넘겨 이날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남았는데,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아치를 하루에 몰아친 셈이다. 마지막 점수는 9회 김재환의 몫이었다.
흥미로운 건 경기 전의 무게추다. 순위와 흐름은 분명 삼성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결과도 그 방향을 따라갔지만, 올 시즌 넉 판의 맞대결에서 셋을 가져간 쪽은 SSG였다. 상대 전적이 쌓아둔 자산이 단 한 경기로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하는 장면이었고, 이는 그동안의 우위가 팀의 현재 상태와 무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 시간 54분. SSG가 다음 경기에서 마주할 문제는 오늘 내준 9점이 아니라, 3회에 이미 기울어버린 경기를 여덟 번 연속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감각 쪽에 가깝다. 삼성은 반대로, 선두 팀이 하위권을 만났을 때 응당 그래야 하는 방식으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