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와 3경기 차를 두고 위를 올려다보는 팀과, 9.5경기 차 아래에서 최하위 자리를 견뎌야 하는 팀은 같은 그라운드에 서도 계산기가 다르다. 고척에서 KIA가 키움을 9-2로 눌렀고, 그 두 계산기의 간극은 하루치만큼 더 벌어졌다. 시즌 다섯 번째 맞대결이 끝나도록 키움은 아직 KIA를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경기의 방향은 알칸타라의 공이 어디로 날아갔는지를 따라가면 정리된다. 1회 박재현이 선제 아치를 그리며 균형을 먼저 깼고, 4회 1사에서 김도영이 좌중월 담장 너머로 타구를 보내면서 승부의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이 한 방이 결승타로 남았다. 8회에는 나성범과 한준수가 연달아 담장을 넘겨, 이미 기운 경기에 마침표 두 개를 더 찍었다.
알칸타라가 못 던진 밤은 아니었다. 7이닝을 넘겨 버티며 삼진 8개를 솎아냈으니, 스터프 자체는 살아 있었다. 문제는 그 사이 허용한 홈런 네 방이 전부 다른 타자의 배트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한 타자에게 당한 게 아니라 라인업 전체에 돌아가며 맞았고, 그 지점에서 실점이 5점까지 불어났다.
반대편 네일은 정반대의 밤을 보냈다. 7이닝을 1자책으로 정리하며 홈 팀의 반격 타이밍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키움이 걷어낸 안타는 있었지만 이닝마다 흩어져 흐름이 되지 못했다. 타선에서는 나성범이 2안타 4타점으로 점수판을 혼자 절반 가까이 채웠다.
경기 전 무게추가 KIA 쪽에 있던 건 근거가 없지 않았고 흐름도 그 방향으로 흘렀지만, 예상과 결이 달랐던 건 승부가 갈린 지점이다. 마운드 우열이 아니라, 삼진을 잡아내던 투수가 장타 한 방씩에 무너지는 방식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2시간 47분으로 짧게 끝난 것도 그래서다.
키움이 먼저 손봐야 할 것은 순위표가 아니라, 이 매치업에서 다섯 번 반복된 실점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