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점 차는 이긴 쪽과 진 쪽에 완전히 다른 기록으로 남는다. KIA가 광주에서 LG를 14-0으로 눌러버린 이날, 승자는 5위 팀이 하루 동안 선두권의 얼굴을 빌려 쓴 경험을 얻었고 패자는 2위라는 자리가 경기 안에서 아무런 보호막도 되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접전이었다면 원인을 한 군데로 좁힐 수 있었겠지만, 이런 스코어는 그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균열은 1회부터 벌어졌다. 1사 후 박상준이 톨허스트의 공을 우측 담장 밖으로 넘겼고, 이 1점이 그대로 결승타로 기록됐다. 톨허스트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이 1회를 채우지 못한 날의 불펜은 계획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굴러가고, 남은 여덟 이닝은 그 임시방편이 차례로 무너지는 과정이었다.
그 틈을 가장 크게 벌린 건 김호령이다. 4회에 한 번, 7회에 한 번, 8회에 다시 한 번 담장을 넘기며 시즌 5호부터 7호까지를 하루에 몰아 쳤고, 들어선 네 타석을 전부 안타로 채웠다. 4회 나성범의 2점포와 6회 박민의 3점포가 앞뒤로 붙으면서 점수판은 이닝마다 형태를 바꿨다. 마운드에서는 올러가 6이닝을 무자책으로 지웠다. 탈삼진 10개는 승부가 이미 기운 뒤에도 LG 타선이 반격의 입구조차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경기 전 저울은 순위와 맞대결 성적을 근거로 LG 쪽에 기울어 있었다. 시즌 세 차례 만남에서 LG가 2승 1패로 앞서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최근 열 경기에서 LG가 안고 있던 득실 마진 -22는 승패표가 가려두고 있던 부분을 진작 가리키고 있었고, 이날 광주에서 그 숫자가 한꺼번에 청구서로 돌아왔다. 방향을 잘못 읽은 쪽은 순위표가 아니라 순위표를 읽는 방식이었다.
3시간 17분 동안 KIA가 확인한 건 승수 하나가 아니다. 5할에 묶여 있던 타선이 한 번에 터질 때 어떤 그림이 나오는지, 그 상한선을 본 날이다. LG는 반대로 자신들의 하한선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