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에서 출발한 롯데와 7위에서 출발한 두산이 잠실에서 만났는데, 지워야 할 간격의 성격이 서로 달랐다. 선두와 5.5경기 뒤에 있던 두산은 아직 위를 보고 셈을 하는 처지였고, 7.5경기 뒤로 처진 롯데는 아래를 지키는 쪽에 가까웠다. 8-4로 끝난 이 경기의 실질은 두산이 승수를 20까지 밀어올린 것보다, 시즌 맞대결을 4승 2패로 벌려 롯데를 상대로 우위를 고정했다는 데 있다.
먼저 손을 든 쪽은 롯데였다. 4회 한동희가 최승용의 공을 넘겨 잠실 관중석을 잠시 조용하게 만들었고, 두산은 5회 강승호가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같은 방식으로 답했다. 승부가 기운 건 7회다. 마운드에 오른 최이준을 상대로 김민석이 주자를 두 명 두고 큰 것을 넘겼다. 이날 김민석의 안타는 그 하나뿐이었고, 3타점 전부가 그 한 번의 스윙에서 나왔다. 8회 레이예스가 최준호에게서 한 점을 만회했지만, 이미 추격이라기보다 기록에 가까운 홈런이었다.
로드리게스는 6이닝을 2자책으로 정리하고도 패전을 안았다. 삼진 6개를 곁들여 두산 타선을 붙들어둔 투수가 패전 투수가 되는 구조는, 그가 내려간 뒤에 무너진 이닝이 어디였는지를 그대로 가리킨다. 최승용 역시 안타를 적지 않게 허용했으나 실점은 1점에서 끊었고, 승부처를 넘기지 않은 6이닝이 결국 승리 요건이 됐다.
경기 전 무게추가 두산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판단은 결과의 방향과 어긋나지 않았지만, 정작 갈림길은 선발 맞대결이 아니라 7회 롯데 불펜에서 열렸다. 2시간 44분이라는 짧은 소요 시간은 두산이 리드를 잡은 뒤 경기가 늘어질 여지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롯데는 9위라는 자리에서 벗어날 방법을 다시 설계해야 하고, 두산은 승패 균형 회복이라는 당면 과제를 남은 일정으로 미뤘다. 다만 이런 종류의 우위는 다음 맞대결에서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봐야 의미가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