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붙어 한 번밖에 이기지 못했던 상대를 홈으로 불러들이고도, SSG는 같은 결말을 한 번 더 받아 들었다. LG가 인천에서 6-4로 마무리하며 시즌 맞대결은 5승 1패로 벌어졌다. 3위와 4위, 표에서는 한 칸 차이인 두 팀이지만 서로를 상대해 쌓아온 기록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 있고, SSG로서는 남은 시즌 LG전을 따로 떼어 놓고 계산해야 하는 처지에 가까워졌다.
승부의 성격은 2회에 정해졌다. 무사 1루에서 문정빈이 김건우의 공을 좌측 담장 밖으로 보냈고, 그 두 점은 끝까지 유효했다. SSG도 같은 이닝 김재환이 임찬규를 상대로 받아쳤지만 앞에 주자가 없었다. 이 대비가 이날 경기의 전부라고 해도 된다. 양 팀이 넘긴 홈런 개수는 세 개씩으로 같았다. 그런데 LG의 세 방이 6점을 만드는 동안, SSG는 오태곤과 에레디아의 솔로로 점수판을 한 칸씩만 올렸다.
간격을 벌린 쪽은 오스틴이었다. 5회 김건우의 마지막 이닝에서 주자를 둘 두고 한 방을 더했고, 8회에는 노경은을 상대로 다시 담장을 넘겼다. 세 타석 만에 두 번의 아치, LG가 뽑은 점수의 3분의 2가 한 타자의 배트에서 나온 셈이다. SSG 타선이 게을렀던 게 아니라, 주자를 깔아둔 채 맞은 쪽이 한 팀뿐이었다.
김건우는 5이닝 5자책으로 내려갔다. 임찬규는 솔로 두 방을 헌납하고도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뒤가 흔들릴 여지를 줄였다. 경기 전 무게추가 홈팀 쪽에 있었다는 판단이 타선의 반격까지 틀렸던 건 아니다. 어긋난 지점은 선발이 주자를 앞에 두고 던진 두 개의 공이었다. 2시간 52분 만에 갈린 것은 장타의 숫자가 아니라, 그 장타 앞에 누가 서 있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