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차 승부가 4시간 15분을 잡아먹었다. 잠실에서 두산이 롯데를 10-9로 눌렀지만, 이 스코어는 팽팽한 저울이라기보다 양쪽 마운드가 차례로 주저앉은 뒤에도 서로 매듭을 못 짓고 끌려간 소모전의 결과다. 접전이라는 단어가 붙었을 뿐, 두 팀 모두 경기를 통제한 구간은 길지 않았다.
경기 전 저울추는 두산 쪽에 있었고 승패도 그 방향으로 났다. 다만 예상이 들어맞은 건 딱 결과뿐이었다. 3연패에 몰려 있던 홈 팀이 9점을 내주고도 이겼다는 건, 전력 판단이 그려둔 그림과는 꽤 다른 방식으로 승부가 굴러갔다는 뜻이다.
원정 더그아웃에서 가장 선명했던 이름은 나승엽이다. 타석마다 안타를 만들며 4안타 4타점을 혼자 쌓았다. 9회에 뽑아낸 두 점짜리 아치는 롯데 타선이 끝까지 숨을 쉬고 있었다는 증거였지만, 동시에 그 증거가 끝내 승리로 환전되지 못했다는 기록으로 남았다.
담장을 넘긴 타구는 넷이었다. 3회 한동희, 6회 유강남이 잭로그를 상대로 각각 각도를 세웠고, 7회에는 양의지가 박정민의 공을 받아쳐 두산 쪽으로 무게를 되돌렸다. 홈런이 나올 때마다 흐름의 주인이 바뀌는 경기였으니, 선발들이 오래 버틸 구조가 아니었다. 박세웅은 5이닝을 채우고 6자책을 안은 채 내려갔다. 잭로그 역시 안타 10개를 맞으며 비슷한 크기의 짐을 불펜에 넘겼다.
정규이닝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았고, 결말은 11회에 왔다. 1사 만루, 강승호가 중견수 쪽으로 띄운 타구 하나. 크게 당긴 스윙도, 담장을 겨눈 타구도 아니었다. 3루 주자를 홈으로 보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이 그것이었고, 네 시간 넘게 이어진 난타전은 가장 조용한 타구로 끝났다.
두산은 3연패를 끊고 7위에서 한숨을 돌렸다. 롯데는 9위에서 다시 승수를 쌓을 기회를 하루 미뤘다. 이날 잠실이 두 팀에게 남긴 건, 서로가 아직 상대를 확실히 앞서지 못했다는 감각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