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무사 만루에서 이재현의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갔을 때, 잠실의 전광판은 한 타석 만에 넉 점을 채웠다. 삼성이 LG를 9-5로 눌러앉힌 이 경기의 골격은 사실상 그 이닝에 다 세워진 셈이다. 같은 회에 강민호의 시즌 첫 아치까지 이어지면서, 송승기는 아웃카운트를 채우기도 전에 승부의 주도권을 통째로 내놓았다.
이재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7회 성동현을 상대로 한 번 더 담장을 넘겨 이날 두 번째 홈런을 기록했고, 최종 성적표에는 3안타 5타점이 남았다. 팀 득점의 절반을 훌쩍 넘는 몫을 한 타자가 혼자 감당한 경기다. LG 입장에서 뼈아픈 건 그 두 방이 모두 이미 벌어진 격차를 되돌릴 수 없는 지점까지 밀어붙였다는 사실이다.
양창섭의 투구는 요란하지 않았다. 5이닝을 소화하며 내준 자책점은 하나뿐이었고, 그 하나가 3회 이주헌의 솔로 홈런이었다. 타선이 만들어준 리드를 관리하는 역할, 딱 그만큼을 정확히 해냈다. 반대편에서 송승기는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6자책이라는 숫자보다 눈에 띄는 건 그 대부분이 2회 한 이닝에 몰려 있었다는 점이다.
경기 전 시선은 홈팀 쪽에 조금 더 실려 있었다. 2위와 3위, 반 경기 남짓한 간격, 그리고 잠실이라는 무대까지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판단이었다. 다만 그 계산에는 초반 한 이닝에서 선발이 무너질 경우 나머지 여덟 이닝이 어떤 모양이 되는지는 들어 있지 않았다.
LG도 물러서지만은 않았다. 9회 정재훈을 상대로 터진 이주헌의 석 점 홈런은 이날 팀이 만든 가장 큰 반격이었지만, 남은 아웃카운트가 그 흐름을 이어받기엔 부족했다. 3시간 11분짜리 경기 대부분이 삼성의 리드 속에서 흘러갔다는 뜻이기도 하다.
2승 2패로 팽팽하던 두 팀의 시즌 맞대결은 이날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균형이 깨진 자리에 남은 건 스코어가 아니라, 만루에서 한 번의 스윙으로 경기를 정리해버린 타자의 존재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