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무사 1,2루에서 최정이 좌측 담장 너머로 타구를 보냈을 때, SSG의 16-10 승리는 그제야 형태를 갖췄다. 그 전까지 수원에서 벌어진 건 승부라기보다 마운드 소모전에 가까웠다.
먼저 문을 연 쪽은 SSG였다. 1회 김재환이 오원석의 공을 걷어올려 석 점을 챙겼고, KT 선발은 3이닝 동안 7점을 자책으로 떠안은 채 물러났다. 하지만 KT의 대답이 더 매서웠다. 2회 허경민이 베니지아노에게서 두 점을 뽑아 균형을 되돌렸고, 곧바로 힐리어드의 배트가 만루에서 돌아갔다. 한 이닝에 홈런 두 방이 겹치자 SSG 선발은 2회를 채우지 못하고 6자책을 안은 채 내려왔다. 경기 전 KT 쪽에 무게를 실었던 판단은 이 2회까지는 그대로 재현됐고, 어긋난 건 그다음부터였다.
양 팀 선발이 나란히 3회를 넘기지 못한 경기에서 남는 변수는 결국 뒤에 남은 투수들이었다. 3시간 12분이 걸린 이 경기에서 SSG는 그 소모전에 먼저 적응했고, 점수판이 계속 움직이는 와중에도 타순을 한 바퀴씩 더 돌리며 KT 불펜을 끌어냈다. 7회 스기모토를 상대한 최정의 스윙이 그 축적의 결과였다. 직후 장성우가 노경은에게서 석 점을 되받아쳤지만, 이미 벌어진 간격을 지우기에는 남은 이닝이 짧았다.
이날 타석에서 가장 큰 그림을 그린 건 4타점을 쓸어 담은 힐리어드였다. 개인의 하루와 팀의 하루가 완전히 갈라진 셈인데, KT 입장에서는 그 만루포가 승리로 이어지지 못한 과정 자체가 뼈아프다. 이 경기 전까지 3승 2패로 앞서 있던 SSG의 맞대결 우위는 한 칸 더 벌어졌다.
선두를 지키던 KT가 안방에서 열 점을 뽑고도 졌다. 타선이 아니라, 16실점을 감당해야 했던 마운드가 남긴 계산서가 훨씬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