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두산과 6위 KIA가 한 계단을 사이에 두고 만난 광주 경기는, 아래에 있던 쪽이 위에 있던 쪽을 9-2로 밀어내며 끝났다. 두산은 선두와 5.5경기차에서 하루를 열었고 KIA는 6.5경기차였다. 그 1경기 간격을 지우는 가장 빠른 길은 바로 앞 팀을 직접 잡는 것인데, KIA가 그 길을 택했다.
출발은 정반대였다. 1회 박준순이 양현종을 상대로 담장을 넘기면서 선취점은 두산 몫이 됐다. 응수는 지체 없이 나왔다. 2회 김태군이 최준호에게서 시즌 첫 아치를 그려 균형을 되돌렸고, 3회 2사 1·2루에서 아데를린의 좌월 3점포가 터지며 경기의 방향이 사실상 정해졌다. 이 한 방을 맞은 최준호는 3이닝을 채우자마자 마운드를 넘겼다. 선발이 4회를 보지 못한 순간, 두산은 남은 이닝을 계획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 채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대편 마운드는 조용했다. 양현종은 1회에 내준 한 방 이후 두산 방망이를 3안타로 묶어놓고 5회까지 갔다. 5회 윤준호가 솔로포로 한 점을 되찾았지만 그게 두산의 마지막 득점이었고, 6회 나성범의 추가포가 나오면서 점수 차는 손댈 수 없는 폭으로 벌어졌다. 아데를린은 결승 홈런을 포함해 세 타점을 혼자 책임지며 이날 타석의 중심에 서 있었다.
흥미로운 건 사전 판단과 실제 근거가 어긋난 지점이다. 경기 전 저울은 KIA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결과도 그대로였지만, 시즌 맞대결에서 3승 1패로 앞서 있던 팀은 두산이었다. 광주에서 그 네 경기의 기억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2연패를 끊은 KIA는 남은 일정에서 맞대결 균형까지 넘볼 자리에 섰고, 3연승이 끊긴 두산은 5위를 지키는 계산을 처음부터 다시 세우게 됐다. 2시간 44분, 광주의 밤은 짧게 닫혔지만 그사이 두 팀의 셈법은 서로 자리를 바꿔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