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첫 타석에서 담장을 넘긴 공을, 박재현은 7회에 한 번 더 넘겼다. 1사 후 우중월로 사라진 타구가 이날의 결승타가 됐고, 사직에서 KIA가 롯데를 8-2로 끌어내린 이 경기는 그 순간 이후로 승부가 아니라 정리 작업에 가까워졌다. 박재현은 네 타석 중 세 번을 안타로 채웠다. 한 타자가 경기의 시작과 매듭을 모두 가져간 셈이다.
황동하는 6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을 하나만 남겼다. 그 하나가 4회 고승민의 시즌 첫 홈런이었다. 롯데로서 아쉬운 대목은 그 타구가 추격의 출발점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뒤따라 붙는 주자가 없었고, 4회에 만들어진 흐름은 솔로 한 방으로 끝났다. 반대편의 나균안은 6이닝을 넘겨 버텼지만 안타 9개를 헌납했다. 그중 두 개가 박재현의 배트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이 등판을 요약한다.
경기 전 열흘 남짓 승수를 쌓아온 쪽은 오히려 롯데였고, KIA는 연패를 끊지 못한 채 원정에 들어왔다. 최근 성적만 펼쳐놓으면 홈 팀 쪽으로 기울 법한 구도였는데, 사전 전력 판단은 그와 다른 곳을 가리켰고 실제 경기는 판단 쪽을 따라갔다. 상승 곡선이 그대로 다음 경기의 보증이 되지는 않는다는, 4월과 5월 사이에 흔히 나오는 장면이다.
9회 아데를린의 투런은 이미 기울어진 스코어에 찍은 마침표였다. 다만 롯데 불펜 입장에서는 마지막 이닝까지 상처를 하나 더 안고 나갔다는 기록으로 남는다. 2시간 50분이 걸린 경기에서 홈 팀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구간은 4회 한 이닝 정도였다. 사직의 남은 시리즈는 그 한 이닝을 몇 개로 늘릴 수 있느냐의 문제로 좁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