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균형을 겨우 맞춘 4위 삼성이 대구에서 키움을 11-1로 밀어냈다. 선두와 5경기차, 위를 올려다보려면 큰 점수차 한 판보다 이런 날의 빈도가 필요한 팀이 모처럼 경기를 통째로 가져갔다. 반대편에서 키움은 10위 자리와 선두와의 9경기차를 그대로 안은 채 대구를 떠나게 됐다.
이 결과가 유독 눈에 걸리는 건 상대전적 때문이다. 키움은 올 시즌 삼성을 세 번 만나 세 번 다 이겼다. 경기 전 저울이 삼성 쪽으로 기울어 있었어도 그 세 판만큼은 설명되지 않는 구간으로 남아 있었는데, 네 번째 만남에서 그 예외가 지워졌다.
방향은 첫 이닝에 정해졌다. 무사 2루에서 구자욱이 중전으로 밀어 넣은 타구가 그대로 결승타로 남았다. 경기 시작 직후에 나온 타점이 끝까지 결승타 기록을 지켰다는 건, 키움이 남은 이닝 내내 동점 언저리에도 가보지 못했다는 뜻이다.
키움이 만든 유일한 반격은 2회 양현종의 솔로 홈런이었다. 오러클린은 그 한 방 뒤로 마운드를 다시 잠갔고, 6회까지 삼진 7개를 솎아내며 키움 타선이 다시 불붙을 여지를 지웠다.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장면은 5회다. 오석주가 4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뒤 마운드에 오른 김재웅을 상대로 전병우와 최형우의 아치가 연달아 터졌다. 최형우는 이 3점포 하나로 이날 4타점의 대부분을 채웠고, 8회에는 김성윤이 시즌 첫 홈런을 보태 점수판을 두 자리로 밀어 올렸다.
2시간 52분. 늘어질 구석 없이 정리된 경기였다. 삼성이 5경기차를 실제로 줄여 나가려면 오늘 같은 날을 몇 번이나 다시 만들 수 있느냐가 남은 문제이고, 키움으로서는 삼성전에서 쌓아둔 우위가 생각보다 얇은 층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하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