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와 6.5경기 떨어진 5위 KIA가 8.5경기 뒤에 선 9위 한화를 광주에서 12-7로 눌렀다. 위를 보며 계산하는 팀과 아래를 지키며 계산하는 팀이 만난 자리에서, 셈이 급한 쪽이 먼저 답을 받아 갔다.
이날은 선발 싸움이 아니라 선발 소거전이었다. 한화 강건우는 1회만 채우고 내려갔다. 아데를린에게 맞은 3점 홈런이 출발점이었고, 자책점 다섯이 그 짧은 등판에 전부 몰렸다. KIA 이의리라고 사정이 달랐던 것도 아니다. 노시환에게 솔로포를 내준 뒤 2회를 마치지 못한 채 교체됐고, 그 역시 자책점 다섯을 안고 물러났다. 양 팀 선발이 똑같은 몫의 실점을 떠안고 사라진 경기의 성격은 3시간 36분이라는 소요 시간에 그대로 드러난다.
방향이 정해진 건 5회였다. 무사에서 박재현의 타구가 우중간 담장을 넘어갔고, 같은 이닝 박상원은 김도영에게 시즌 12호까지 내줬다. 한 이닝에 두 번 담장이 열린 흐름을 한화 마운드는 되돌리지 못했다. 박재현은 4안타 4타점으로 타선의 축이었다. 결승타와 최다 안타가 한 선수에게 겹치면, 초반에 내준 실점을 지우고도 남는 여유가 생긴다.
경기 전 무게가 KIA 쪽에 실렸다는 판단은 결과로 확인됐지만, 그 근거는 예상과 다른 곳에서 나왔다. 마운드가 아니라 방망이가 대신 증명한 셈이다. 한화는 시즌 네 번째 맞대결까지 KIA를 상대로 승리를 얻지 못했고, 9위에서 위쪽을 올려다보는 거리도 그만큼 늘어났다. 광주에서 한화가 먼저 손봐야 할 건 결과의 크기보다 초반 실점이 쌓이는 속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