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무사 1루에서 허인서의 타구가 좌측 담장을 넘어갔을 때, 이날 경기의 성격은 대체로 결정됐다. 한화가 대구에서 삼성을 13-3으로 눌렀고 그 출발점이 이 투런이었다. 장찬희는 맞고 나서도 4회까지 마운드를 지켰지만 4자책을 떠안은 채 패전 투수가 됐다.
한화 타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5회 박승규, 6회 노시환, 7회 이진영까지 한 이닝 걸러 한 번씩 담장을 넘겼고, 뒤이어 올라온 이민우와 미야지, 임기영이 차례로 한 방씩을 내줬다. 홈런 네 개가 서로 다른 투수, 서로 다른 이닝에 흩어져 나왔다는 사실이 이날 삼성 마운드의 상태를 그대로 요약한다. 한 명이 무너져 대량 실점이 난 게 아니라, 나오는 사람마다 한 번씩 맞았다.
이진영은 시즌 첫 홈런을 포함해 3안타를 몰아치며 팀 내 최다인 4타점을 쓸어담았다. 그 1호가 이미 승부가 기운 7회에 나왔다는 건, 여유 국면에 들어선 뒤에도 방망이가 느슨해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작 한화 선발 문동주는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고 내려갔다. 1회조차 채우지 못한 선발을 두고 13점이 쌓인 경기는 흔한 그림이 아니다. 마운드가 일찍 열린 자리를 타선이 통째로 되메웠다.
경기 전 무게추는 삼성 쪽에 있었다. 이 카드에서 한화가 앞선 네 번을 모두 내줬으니 이상한 판단도 아니었다. 다만 삼성이 그 네 경기를 가져간 방식이 투수전이었다면, 축이 2회부터 흔들린 순간 시즌 상대전적은 아무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 예상이 어긋난 지점은 승부처가 아니라 승부처 이전, 선발이 버텨줄 거라는 전제였다.
3연패를 안고 대구에 들어온 팀이 3시간 17분 동안 13점을 뽑고 상대전적 첫 승을 챙겼다. 시즌 다섯 번째 만남에서야 나온 승리지만, 삼성 입장에서 더 신경 쓰일 대목은 점수판보다 마운드를 거쳐 간 이름의 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