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와 10위의 사직 맞대결은 위를 보는 경기가 아니었다. 선두와의 간격이 각각 8경기, 9경기까지 벌어진 두 팀에게 이날 승부는 추격이 아니라 바닥 쪽 자리를 지키는 문제였고, 11회까지 끌려간 끝에 키움이 6-5로 그 자리를 방어했다. 이 경기 전까지 시즌 맞대결은 롯데가 3승 1패로 앞서 있었다. 사직에서만큼은 롯데가 키움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다는 뜻인데, 그 흐름이 여기서 끊겼다.
출발은 키움 쪽이 매끄러웠다. 1회 안치홍이 로드리게스의 초반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기며 분위기를 가져왔고, 5회에는 임병욱의 두 점짜리 한 방이 더해졌다. 다만 로드리게스는 그 두 방을 맞고도 6회 중반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3자책으로 버텼다. 오히려 먼저 흔들린 쪽은 키움 선발 오석주였다. 4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가면서 불펜이 일찍 열렸고, 그 부담이 8회에 청구서로 돌아왔다. 김재웅을 상대한 박승욱의 두 점 홈런이 사직을 뒤집어 놓았고,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결말은 화려하지 않았다. 11회 1사 3루, 오선진이 댄 투수 앞 번트 하나가 이날 6-5를 만든 마지막 장면이었다. 안치홍이 3안타로 타선의 중심을 잡아준 하루였지만, 정작 승부를 가른 건 주자 하나를 밀어 넣는 가장 단순한 선택이었다.
경기 전 저울은 키움 쪽으로 기울어 있었고 결과도 그 방향을 따라갔지만, 3시간 55분과 연장 11회라는 과정은 그 판단이 그리던 그림보다 훨씬 빡빡했다. 키움은 직전 패배를 하루 만에 지웠고, 롯데는 홈에서 만든 동점을 마지막까지 들고 가지 못했다. 두 팀 모두 위쪽을 겨냥할 만한 거리가 아닌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런 한 점짜리 승부가 서로의 순번을 조금씩 밀고 당기게 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