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차 승부는 진 팀에 해석의 여지를 거의 남기지 않는다. 인천에서 KT가 SSG를 12-2로 제압한 이 경기가 그랬다. 이긴 쪽은 어디서 잘 풀렸는지 따로 뒤질 필요가 없었고, 진 쪽은 다섯 경기를 이어온 상승세가 어느 이닝에서 끊겼는지 정확히 짚을 수 있었다. 1회다.
1사 1, 3루에서 장성우가 우전으로 밀어친 타구가 결승타가 됐다. 여기까지는 흔한 선취점이었다. 문제는 그 뒤였다. 힐리어드가 베니지아노에게서 3점 홈런을 걷어내며 초반에 승부의 성격을 아예 바꿔놨다. SSG는 2회 김성욱의 솔로 홈런으로 응수했지만, 이날 SSG 타선이 오원석을 상대로 만들어낸 장면은 사실상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원석은 6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 6개를 섞어가며 SSG 타자들이 연달아 출루하는 흐름 자체를 만들지 못하게 했다. 반면 베니지아노는 5회를 채우고 내려가면서 4점을 책임졌는데, 그중 대부분이 첫 이닝에 몰려 있었다.
장성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7회 박시후를 상대로 3점 홈런을 추가해 혼자 5타점을 쌓았고, 8회에는 힐리어드가 장지훈에게서 이날 두 번째 3점 홈런을 뽑아 점수판을 두 자리로 밀어올렸다.
경기 전 저울이 SSG 쪽으로 기울었던 근거는 분명했다. 다섯 경기를 연달아 잡고 있었고, 시즌 맞대결 두 판도 모두 가져간 팀이었다. 어긋난 지점 역시 분명하다. 그 두 판에서 통했던 초반 장악이 이번엔 1회부터 정반대로 뒤집혔다는 것.
3시간 6분이 걸린 경기였지만 실질적인 승부는 첫 이닝에 정리됐다. SSG가 다음 경기에서 점검해야 할 건 연승이 진짜였느냐가 아니라, 초반에 크게 밀렸을 때 경기를 되돌릴 장치를 가지고 있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