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선두와 한 경기 차에서 앞을 지켜야 했고, KIA는 네 경기 차 뒤에서 8위라는 자리를 어떻게든 밀어올려야 했다. 대전에서 열린 두 팀의 시즌 첫 맞대결은, 쫓는 쪽이 지키는 쪽의 계산을 흐트러뜨리는 방향으로 닫혔다. KIA가 6-5, 한 점을 남기고 대전을 빠져나왔다.
점수는 대체로 담장 밖에서 만들어졌다. 2회 채은성이 네일의 공을 걷어올려 선취점을 세웠을 때까지는 홈 팀이 그리던 그림에 가까웠다. 그림이 바뀐 건 4회다. 1사 2루에서 나성범이 에르난데스의 공을 중견수 뒤로 넘겼고, 이 타구가 아홉 이닝이 다 지나도록 결승타 자리를 지켰다. 6회 김선빈의 시즌 첫 아치는 에르난데스의 등판을 5이닝에서 끊었다. 8회 김도영의 한 방까지 더하면, KIA가 뽑은 여섯 점 가운데 넉 점이 담장 밖에서 나온 셈이다.
네일은 7이닝을 채우고 내려갔다. 허용한 안타 여섯 개가 이닝마다 흩어진 덕에 한화는 한 번에 판을 뒤집을 이닝을 끝내 구성하지 못했고, 흐름을 끊는 역할은 원정 팀 선발이 가져갔다.
한화의 반격은 늦게 왔다. 9회 강백호가 정해영을 상대로 2점 홈런을 그어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이날 한화에서 방망이가 가장 매서웠던 타자였는데, 그 방망이가 스코어보드를 흔든 시점이 마지막 이닝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앞선 여덟 이닝 동안 한화 타선은 나온 점수를 한 번도 한꺼번에 모으지 못했다.
경기 전 저울이 한화 쪽으로 기울어 있던 근거가 아주 사라진 건 아니다. 선취점도, 마지막 추격도 홈 팀 몫이었다. 다만 4회부터 8회까지 경기의 허리를 홈런으로 가져간 쪽은 최근 10경기에서 3승 7패에 묶여 있던 KIA였고, 그 구간에서 전력 평가와 실제 경기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다.
2시간 51분. 한화가 잃은 건 한 경기지만, 선두와의 한 경기 차를 지키는 작업은 이런 밤이 쌓일수록 뻑뻑해진다. KIA에게는 5위 팀 안방에서 네 개의 아치를 꺼냈다는 사실 자체가, 지난 열흘간 손에 쥔 무엇보다 구체적인 근거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