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2사 1,2루에서 김영웅의 방망이가 좌전으로 향했을 때, 그때까지 붙어 있던 경기가 비로소 한쪽으로 기울었다. 삼성이 광주에서 10-3으로 앞선 이 7점차는 아홉 이닝에 고르게 쌓인 게 아니라 후반 두 이닝에 몰린 숫자다.
첫 장면을 만든 쪽은 1회의 류지혁이었다. 양현종에게서 시즌 2호를 뽑아내 선취점을 가져왔는데, 공교롭게도 그 한 방이 이날 양현종이 내준 유일한 자책으로 남았다. 5와 3분의 2이닝을 2피안타로 넘긴 그는 자기 몫을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삼성 선발 양창섭도 5이닝을 3자책으로 정리하며 균형을 깨지 않았다. 갈린 것은 두 팀이 그 뒤에 걸어간 길이다.
김영웅의 결승타로 팽팽하던 흐름이 끊기자 KIA의 뒷문은 급격히 헐거워졌다. 9회에는 최형우가 홍민규를 상대로 스리런을 걷어내며 남은 여백까지 채웠다. 혼자 4타점을 쓸어 담은 최형우의 타석은 승부를 만든 장면이라기보다, 이미 기운 승부에 되돌릴 수 없다는 표시를 남긴 쪽에 가깝다. 3시간 30분이 걸린 경기의 마지막 30분이 유독 길게 느껴졌을 팀은 홈 더그아웃이었을 것이다.
전력 비교에서 삼성 쪽에 무게가 실렸던 판단은 결과가 향한 방향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우위가 7회까지 스코어보드 위로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는 점은 예상과 결이 달랐다. 선발 대결만 떼어놓고 보면 오히려 KIA가 손해 볼 이유가 없는 경기였고, 무너진 지점은 선발이 물러난 뒤였다. 여덟 경기 동안 득실이 13점이나 아래로 파인 과정도 대체로 이런 모양이었을 것이다. 시즌 첫 맞대결에서 KIA가 확인한 건 실력 차라기보다 경기 후반을 감당할 인력의 문제였고, 삼성 입장에선 8회에야 답을 찾았다는 사실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