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1사 1·3루에서 안현민이 우전 적시타를 만들어냈고, 같은 이닝 장성우의 만루 홈런이 곧바로 뒤를 이었다. KT가 대전에서 한화를 13-8로 눌렀지만, 이 경기의 성격은 최종 스코어보다 3회 한 이닝에 훨씬 짙게 남아 있다.
문동주는 4회를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5자책의 대부분이 3회에 몰렸다는 사실이 이 등판을 요약한다. 반대편의 오원석은 6이닝을 1자책으로 정리했다. 삼진 7개를 섞어 한화 타선이 반격 리듬을 잡을 만한 구간 자체를 지웠고, 덕분에 KT 벤치는 초반에 벌어놓은 점수를 지키는 일에만 집중하면 됐다.
장성우는 7회에 한 번 더 담장을 넘겼다. 하루에 두 방, 타점만 6개. 포수가 이런 날을 만들면 상대 벤치의 투수 운용 계산은 근본부터 헝클어진다. 여기에 강백호의 솔로포까지 겹치면서 7회는 추격전이 아니라 정리 구간이 됐다.
한화도 마지막까지 방망이를 놓지는 않았다. 8회 문현빈의 석 점 홈런이 점수차를 다섯 점으로 좁혔고, 3시간 28분을 채운 이 경기의 후반부는 그 스윙 덕분에 형식적으로나마 살아 있었다. 다만 반격이 나온 시점이 이미 승부가 기운 뒤였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경기 전만 해도 무게추는 오히려 한화 쪽에 기울어 있었다. 홈이고, 선발은 문동주였다. 그런데 KT는 이 매치업에서 이미 두 번 이겨둔 상태였고, 세 번째 만남에서도 상대가 준비한 시나리오를 3회에 통째로 지워버렸다. 개막 이후 아직 패배가 없는 팀이 상대 홈에서, 상대 에이스가 선 날에 이런 방식으로 이기면 계산해야 할 대상은 승패 하나가 아니라 다음 만남의 설계도 전체가 된다. 한화로서는 문현빈의 8회가 남긴 감각을 다음 경기 초반으로 앞당겨 옮겨오는 일이 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