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무사 2루에서 이주형이 좌익수 쪽으로 밀어 보낸 타구가 굴러가는 동안, 이날 경기의 성격은 대체로 결정됐다. 개막 3연패에 묶여 최하위에 놓여 있던 키움이 인천에서 SSG를 11-2로 밀어냈고, 그 시작점이 첫 이닝 두 번째 타석이었다는 점이 이 경기의 전부에 가깝다.
타케다는 5회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겨둔 채 공을 넘겼다. 삼진 5개를 솎아내고도 자책점 5를 떠안은 건, 그가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 타석보다 주자를 두고 맞이한 타석이 훨씬 많았다는 얘기다. 첫 이닝에 벌어진 틈이 메워지지 않은 채 이닝만 쌓였고, 인천 마운드는 회복 구간을 한 번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주형은 안타 3개로 타점 3개를 챙겼다. 결승타 하나로 끝난 하루가 아니라, 승부가 기운 뒤에도 같은 자리에서 같은 타구를 반복해서 만들어낸 하루였다.
배동현은 5이닝 동안 자책점을 적지 않았다. 피안타 5개가 말해주듯 주자를 내주지 않은 투구는 아니었지만, 4개의 삼진이 필요한 대목마다 이닝을 끊어줬다.
경기 전 무게가 SSG 쪽으로 쏠린 근거는 대부분 마운드 위에 있었는데, 정작 이날 먼저 균형을 잃은 것도 그 마운드였다. 3연승으로 선두를 지키던 팀이 개막 후 처음으로 자기 페이스를 잃은 방식이 타선의 반격 실패가 아니라 선발의 조기 붕괴였다는 점은, 승패보다 오래 남을 대목이다.
9점 차로 갈린 경기가 3시간 21분을 소모했다는 건 키움 타선이 승부가 기운 뒤에도 타석을 대충 넘기지 않았다는 기록이기도 하다. 4월 첫 주의 순위표는 아직 얇다. 다만 최하위가 선두의 등판 하나를 통째로 무너뜨린 오후는, 두 팀 모두 다음 만남까지 기억해둘 만한 장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