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이틀 만에 인천에서 마주친 두 팀의 셈법은 정반대였다. 하루라도 더 선두 자리를 붙들어야 하는 SSG, 6위에서 선두와의 1경기차를 좁히며 출발선을 다시 그려야 하는 KIA. 11-6으로 갈린 이 경기는 지켜야 할 쪽이 먼저 칼을 뽑은 그림이었다.
방향은 2회에 잡혔다. 1사 1·2루에서 조형우가 중견수 방면으로 보낸 2루타가 이날의 결승타로 남았고, KIA 선발 이의리는 그 이닝을 넘긴 뒤 세 번째 이닝 마운드를 밟지 못했다. 2이닝 4자책, 개막 시리즈 두 번째 경기에서 KIA가 가장 먼저 잃은 건 점수가 아니라 이닝이었다. 뒤를 받은 황동하 앞에서 인천의 타순은 더 거칠어졌다. 고명준이 3회와 4회에 걸쳐 시즌 1호와 2호를 연달아 담장 밖으로 보냈고, 그 사이 에레디아의 석 점짜리 한 방이 점수판을 한쪽으로 완전히 눕혔다. 이날 4타수 3안타를 친 고명준은 타점까지 챙기며 SSG 타선의 중심이 어디인지 분명히 했다. 반대편에서 김건우는 5이닝을 2자책으로 끊어내며 승리 요건을 채웠다.
KIA도 마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7회 카스트로와 나성범이 두 점짜리 홈런을 주고받았지만, 이미 벌어진 폭 앞에서 반격의 타이밍은 늦었다. 경기 전 무게가 실린 쪽은 SSG였고 흐름도 그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정작 갈린 지점은 타선의 화력이 아니었다. 6점을 낸 KIA가 무너진 자리는 선발이 버텨준 이닝의 길이였다. 3시간 8분을 소화하며 SSG는 안방에서 1위 자리를 지켰고, KIA는 연패를 둘로 늘린 채 6위에서 시즌 첫 숙제를 안게 됐다. 다음 등판 카드를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이 시리즈의 남은 셈법을 좌우한다.